내가 일주일 뒤 죽는다면..?:침묵의 주제_죽음
○ 침묵의 주제였던 이야기
이 글을 써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유튜브 내가 알던 내가 아냐..의 오은영님의 죽음을 보고 나도 나의 죽음을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지금까지 죽음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죽음에 관련하여 수없이 생각했다. 나의 죽음 만이 아닌 인간의 죽음 그 자체.. 그러다 보니 사피엔스라는 책이 감명깊었고 철학자 10분의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책이 숙제를 많이 안겨주는 책이였다. 나에게 죽음은 타인과 소통할 수 없는 주제이다.
타인과 소통 할 수 없는 주제란 말은.. 누군가에게 죽음을 이야기 하면 돌아오는 말들은 "긍정적으로생각해야한다.","사람은 살아야한다.","너만힘든거아니야.","힘내"등등 이런 이야기만이 나오지 그저 //죽음//이라는 포인트 자체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그리고 인간 뿐 아닌 모든 생명체는 죽는다..그 죽음 뒤에 또 생명이 있다. 이건 사실이다. 과학적 근거로는 인간의 육체는 죽는다는 것이다. 인간뿐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는 영원히 사는 것이 없다. 자연 속의 모든 것은 죽는다. 균도 죽고 동물도 죽고 식물도 죽고 심지어 말이나 문화도 사라짐을 맞이하며 죽는다. 사라짐과 죽음 그리고 늙음은 항상 함께한다. 하지만 우리는 왠만하면 죽음을 직면하려 하지 않고 이야기 하려하지 않는다.
현재 나는 죽고싶은 것은 아니다. 그 누구 보다 살고싶다. 이것이 모든 생명의 본능이다.
얼마 전 정신과 담당의 분과 죽음에 관해 처음 이야기 했다. 지금 거의 반년 이상을 처방받으러 다닌 의사 선생님께 처음으로 나는 죽음을 이야기했다. 처음 운을 띄운 것은 나였다.
"어..무엇을 하든지 이 생각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요."
라고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어떤 생각이냐고 물어보았다.
"...솔직히 가볍게 말하자면 어차피 화장실갈거 왜 밥먹냐?라는 식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사람은 어차피 죽잖아요..누구든 그게 돈이 많던 적던..근데 이제는 죽음도 빈익빈 부익부가 되어가는것 같아요. 죽음과 삶..그 차체가 너무 어려워요..답을 찾을 수 없겠지만...."
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생각과 다른 답변을 해 주셨다.. 보통 의사 선생님에게 듣던 말은 살아야죠가 먼저 였지만 지금의 의사 선생님은 천천히 차분하게 다른 이야기를 하셨다..
"그렇게 생각하고 혹은 누군가 죽음을 선택하려는 그 순간에도 우리의 육체는 살아가기위해 움직입니다."
....그 순간 나는 멍해졌다...알고 있었고 느끼고 있던 이야기를 타인에게 들어서 그런건가? 너무 뼈맞은 기분이였다. 그리고 나의 할머니가 너무너무 보고싶었다....요양병원에 누워있으신 외할머니가 너무 보고싶었다.그러는 와중 선생님은 한마디 더 하셨다.
"누군가는 나의 목숨인데 내가 어찌하던 상관없지 않아요? 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살아가기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심장..폐..장기..혈액 등등 다양하게 삶을위해 열심히인 생체에 대한 배신아닐까요? 단 힘들다는 감정을 담당하는 사고하는 그 뇌의 작은 일부가 그 모든 걸 배반하는거 아닐까요?"
하는 질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곤 약을 처방받고 웃으며 상담실을 나왔다.
기분이 묘했다. 내 입에서 나오는 죽음에 위로가 아닌 의견을 이야기 해 주는 사람은 처음이여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그냥 죽음의 대화를 나누어서 그랬던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육체는 살아감을 위해 작동된다.//라는 단 한줄만이 날아와 박혔다.
○ 한달 후 내가 죽는다면?
한 달 후 내가 죽는다? 솔직히 죽음을 항상 생각하며 살아봤어서 그런지 막상 진짜 한달 후라고 생각하면.. 지금 당장 떠오르지는 않는다.. 뭔가..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내가 갑자기 죽어야 한다.. 음...난 과연 무엇을 할까..
그 사실을 일단 주변에 알릴 수 는 있을까? 과연 나의 죽음이 30일 정도 남았다고 담담하게 전달 할 수 있을까? 남겨진 자들에게 덜 슬퍼 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한달의 시간만을 남았다면 난 과연 무엇을 하고 싶을까 그저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어차피 죽는거 막 살기를 기원할까?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더더욱 깊게 고민해야할 문제이겠지?
그래도 하루하루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진짜 내 마음을 전하고는 싶다. 고마웠던거 원망했던거 그리고.........미워하느라 그 사람의 힘듬을 생각하지 않았던 그 모든 것들을 이야기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상처 받고 상처받는 인물들이 제일 행복하고 사랑하길 바란다. 제일 중요하게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깊다. 하루 하루 나의 죽어감을 기록하여 영상이든 책이든 남겨 나의 하루 소중함 그리고 남겨진 자들의 하루의 소중함을 알려주고싶다.
만일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당신이 죽고싶어 하는 삶을 끝내고 싶어하는 이 순간에도 삶을 끝내기 싫어 살고싶어 안달난 사람도 있다."라는 걸 확실하게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싶다.그것들을 한 달 안에 혹은 단시간에 가능 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 일주일 후 생이 끝난다면..
하던 것들을 마무리하며 남겨질 사람들에게 한분 한분 편지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영상을 남길 것이다. 부끄럽고 뭐라고 말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죽음이후 남은자 들을 위해 준비할 것이다.
일주일.. 7일.. 고통이 없는 시간이라면 나에게 남은 일 들을 조용히 진행하며 남은 시간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야겠지.. 모든 시간과 일을 정리하기엔 짧은 시간이겠지만.. 거기다 남을 자들을 위해서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할 것 이다. 그들에게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매일매일 말할 거다. 말하고 말해도 부족 할 테니까.
읽던 책을 다 읽고 그 글을 쓰고 업로드를 하고 장례식을 어찌 만들지 부고 리스트와 함께 장례식 절차도 적어두고 다가올 상담에 의사선생님께도 인사하고 올 것이다. 감사했다고.. 하루는 사랑하는 남자 하루는 사랑했던 남자 그리고 나머지는 가족들과 보낼 것이다. 그리고 죽기 전전 날은 남들이 욕 할 수 있지만 제일 부도덕하고 제일 질펀한 그리고 제일 난잡한 쾌락의 상황을 만들어 즐길 것이다. 어차피 죽을 거니까 ㅋㅋ
장기 이식 관련 지정을 할 것 이다. 내가 죽고나서 장기 이식이 가능하도록 진행 할 것이다. 가족들의 동의가 없지만 일단은 나의 뜻으로 지정을 해 둘 것이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면.. 울거다..지금까지 삼키고 지금까지 힘들었던 부분들을 다 내려놓으며 울 것이다. 소리내어 펑펑 울고 울고 또 울 것 이다.그리고 빌 것이다. 나의 죽음이 할머니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살려 달라고 말이다.. 한 달보다 짧은 시간이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없는 일주일을 보낼 것이다.
○ 내일이 없는 오늘
만일 나의 오늘이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 날이라면 나에겐 이제 더이상 오늘도 내일도 없을 것이라면 나는 과연 오늘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하고 잠이들어야 할까..
지금 당장 씻고 화장을 하고 지인들에게 잠시 찾아가 얼굴만 보고 올 것이다. 잠시 자판기 커피를 먹거나 그냥 잠시 인사만 나눈다거나 그렇게라도 볼 수 없을때 그리워질 사람들의 얼굴들을 한번 더 보고 올 것이다. 그리고 안아주며 //그동안 고마웠어//라고 이야기 하고 인사할 것이다.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유서를 작성하고 영상을 찢고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옷과 제일 좋아하는 신발을 신고 침대에는 비닐을 깔고 기저귀를 차고 솜 물고 깨끗하게 죽을 수 있도록 잠이 들것이다. 사후 처리에 힘들지 않도록 깔끔한 사체이고 싶다. 그래야 죽음이후에도 수치스럽지 않을테니까..
그리고 마지막 작은 소망은 맛있는 커피 한잔을 느끼고 싶다 그렇게 커피향 가득한 공간을 만들고 그 곳에서 잠들 듯 지나가고 싶다. 나의 흔적을 버릴 것과 버리지 않을 것 그리고 남은 것들을 다 정리하고 그러는 동안 나의 일생도 좀 돌아보고 그 사이 가족들이 간직 할 것들을 잘 정리하고 그 사이에 유서와 영상을 둬 잘 볼 수 있도록 하고 잠들 것이다. 나의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나는 오늘 그렇게 세상을 두고 갈 것이다.
◎ 유서
To. 남겨진 사람들
어..일단 식상하지만 이 글을 읽을 때면 나는 우리의 함께 하는 시간은 더 이상은 없는 상태이겠지? 하지만 그렇게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어. 우리의 미래는 없겠지만 우리의 시간들은 존재하니까.. 그 시간들이 삶의 양분이 되어 슬픔보다 추억을 기억하며 기쁨으로 살아가 주었으면 좋겠어. 나의 미래까지도 생각하며 항상 긍정적으로 말이야..
나는 항상 걱정이 였어. 내가 남겨진 사람이 였었다 보니 내가 없는 남겨진 자들이 너무 힘들어 하거나 너무 아파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아픔은 그저 내가 가져갈 테니까.. 남겨진 이들은 기쁨만을 기억하고 살아가길.. 하지만 그게 말 처럼 쉽지 않다는거 너무 잘 알지만 말이야. 그래도 그랬으면 좋겠다. 내 생각이 날땐 항상 기뻤으면 좋겠고, 슬픔과 그리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소가 나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 아.. 이 아이라면 이땐 이랬겠지? 하면거 실소 한번 터트리고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어. 무너질 거 같고 마음 아픈 타이밍이 올땐 내가 좋아했던 색상의 꽃을 한 송이 사서 그것을 그냥 내가 주었다고 생각하며 내가 좋아하는 커피 한잔 내려 커피 향을 맡으며 내가 내려준 커피라고 생각하며 내가 언제나 함께 인것 처럼 그렇게 기쁘게 살아가 주었으면 좋겠어. 나는 언제나 함께일 테니까.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 글 재주가 좋아 책으로 만들어준다면 나의 이야기가 꾸며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초등학교땐 왕따였고 졸업식에 여자 친구들에게 단체로 맞았으며 중학교 가서는 아싸짓 하다가 갑자기 일탈을 하며 나는 왜 이렇게 살고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일기에 남긴 나의 고민들을 깔끔하게 정리된 문체로 적어주었으면 좋겠어. 시작..삶..그리고 죽음까지 내가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일들을 그 깔끔한 문체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어.
사랑이였다고 기억하는 그들에게 좋은 여자와 좋은 시간을 좋은 미래를 만들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난 당신들에게 진심이였지만 느낌이 전해지지 않았다면 표현이 전해지지않아 너무 미안하 말해주고싶어. 난 진심이였다. 진짜였다. 미안하다.. 상처만을 준거 같아서.. 나의 존재가 당신들에게 상처였다면 그 상처 치유받기를 원한다고, 사랑했다. 사랑한다.
그리고 나의 가족들....무책임한 사람이라 미안해. 나의 가족은 내가 지키고 내가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생과 사는 나의 의지가 아니였던 것 같아. 그러기엔 나는 그저 신의 마음대로인 갸날픈 나약한 인간이기에.. 신의 뜻이 그렇고 그게 삶이고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라면 내가 그것을 거역 할 도리는 없으니까.. 그러니 모두의 탓이 아니라고 엄마의 탓도 아빠의 탓도 동생 너의 탓도 아니였다. 이 모든 일은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제발 자책감으로 살지 않았으면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눈물 때문에 하지 않으며 각자 아파하며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프고 슬픈건 모두 함께하기를 그러기를 소망해. 나는 언제나 함께이니까.
마지막으로 나의 죽음을 맞은 나...... 고생했어..그동안 고생했어.. 생각보단 치열하게 생각보단 바쁘고 가열차게 잘 살았다. 마지막이 너의 선택이 아닌 자연의 선택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걸 탓하지 않으며 후회가 많지만 후회 또한 받아들이며 끝마치는 너 잘했어. 잘살았어 그러니까 너무 아프지마. 너무 무서워 하지말고 너무 괴로워 하지는 마 괜찮아 그 두려움.. 생각보다 별거 아닐테니까. 무서워하지마 그리워 질 순 있지만.. 그것이 무섭지만 나는 믿을게 언제나 나는 모두를 볼 수 있다고. 내가 그리워 할 일은 없다고 믿어. 사랑해. 진짜 사랑해 주지 못했어서 미안해 자존심 쎈 아싸가 세상 치열하게 살아줘서 고마웠어.언제나 혼자가 아니였음에도 혼자 짊어지려 한 멍청이지만 그래도 그 우직함으로 험한세상 잘 살았어. 기특하다.
이렇게 나의 블로그는 세상속에 존재하며 나의 글이 존재 할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난 나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 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나
이것이 내가 그 영상이후 나의 삶을 고민해본 결과다. 아직은 진짜가 될 언제인지 모르지만 진짜 삶을 정의 하기 힘드니까. 상상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모습을 고민하며 적어본 나의 주절거림..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혹은 누군가 위로가 필요하다면 그 위로는 타인이 아닌 내가 나 스스로 위로해야 한다고 생각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목숨을 내가 스스로 버릴 생각은 없다. 나도 스스로 나의 죽음을 선택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내가 죽어가는 중이든 내가 살아가기 위해 작동 하는 것이든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면 나는 살것이다. 최대한 살것이다. 최대한 죽어라 살것이다.
삶은 힘들고 무겁다. 그리고 나 또한 지금 이 글을 쓰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버겁다. 그래도 살것이다. 그래도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괜찮다 나는 한단계싹 올라가고있고 나는 한계단 반계단 그렇게 성장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타인과 비교해서 내가 작아보이고 내가 성장하지 않고 머무르는 것 같지만 아니다. 나는 분명 크고있고 성장하고 있다. 남과의 비교가 아닌 내 내면 나의 마음 나의 시야 나의 시각을 전부 보면 컸다. 그리고 클것이다. 앞으로도...
그러니 어두운 터널이고 너무 발버둥 쳐도 그 어둠에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해도 죽어라 죽을만큼 죽을 힘을 가지고 노력을 하면 나름 빛 한줄기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어두운 긴 터널도 어느 덧 출구는 있을테니까. 만일 이렇게 글을 읽는 순간 삶의 죽음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나의 글이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시각을 바꿔보는 것을 권한다. 그냥 그런 위로따위를 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그렇고 그런 타박을 할 생각도 없다. 그 모든 것이 부질없으니까.. 그래도 잘 지내주길 바란다.